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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만의 눈 높이에 붙여 두시고

스미트라즈 2008. 11. 26. 19:16

전나무 위에 내린 은행잎 /글쓴이: 사생연

 

언젠가 방송 아침 마당에

몇몇 이야기 꾼들이 나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결론에 가서는 

어떻게 하면 잘 죽을수 있는가

에 대해 이야기 함은

삶을 어떻게 잘 사느냐 

하는 문제와 다르지 않다는 말로

마무리를 합니다

 

나도 맞는 말인듯 싶어

긍정을 하였습니다 마는

요즘은 죽는 일도 큰 일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런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보기 어려워 졌다는 말이지요

 

삶과 죽음

그런 거창한 명제가 아니고

 

하루 이십 사시간 가운데

잘 먹고 잘 내놓기 문제만 하더라도

작은 문제인듯 큰 문제여서

 

먹고 내놓아 자연 속으로

순환하게 하는 이치를 모르면

멍텅구리 노릇을 면할수 없는데

 

이전에도 이야기 한바 있듯이

절에서는 잘 내놓는 방을

근심 걱정을 푸는 방이라 하여

해우소解憂所라 한다 한적이 있습니다

 

오래 전 문서들을 뒤적이다가

버림으로 얻는 기쁨이라는 제목으로

해우소에서도 외는 진언이

(입칙오주入厠五呪)

알기 쉬운 현대어로 나와 있어서

한번 들려 드리려 하니

(칠십년대 송광사 수련회에서 처음 봄) 

 

혹 복사를 하여

집에 해우소에 붙이시거나

인쇄에 재주 있는 분은

좋은 그림과 같이 출력하여

이웃에 나누어 드려도 좋겠다 싶습니다

 

입칙진언 (화장실은 좋은 수행처)

버리고 또 버리니 큰 끼쁨 있네

탐진치 삼독도 이같이 버려

한순간도 허물이 없게 하리라

"옴 하로다야 사바하"(세번)

 

세수진언(내 손은 청정한가)

무서운 불길을 물로 꺼지듯

타는 눈 타는 귀 타는 이 마음

맑고도 시원한 부처님 감로

화택을 여의는 오직 한 방편

"옴 주가라야 사바하"(세번)

 

정신진언 (연꽃 이몸 연꽃 이 마음)

씻고 또 씻으니 몸도 없고

맑히고 맑히니 마음도 없네

몸도 마음도 거품 같거니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버리랴

"옴 바아라 뇌가닥 사바하"(세번)

 

세정진언(비우는 공덕 맑히는 기쁨)

비우고 맑힘은 최상의 행복

꿈같은 세상을 바로 보는 길

원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이웃들

청정한 저국토에 어서 가소서

"옴 하나마리제 사바하"(세번)

 

거예진언(떠나는 티끌 사라지는 애착)

더러움 씻어 내듯 번뇌도 씻자

이 마음 맑아지니 평화로움 뿐

한 티끌 더러움도 없는 저세상

이 생을 살아 가는 한가지 소원

"옴 시리에 바혜 사바하"(세번)

 

입측오주를 하고 해우소를 나오면

냄새가 몸에 배지 않는다고 하는데

 

예전 남산 율사스님이

해우소를 다녀 오다가 넘어져

한참을 못 일어 나고

버리적 대고 있으니

어디선가 키가 구척같은

신장이 나타나서 일으킵니다

 

고마운 마음에 당신은 누구인가

이 도량에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하니

신장은 저는 북방 천왕의 아들 장견으로

평소 스님의 수행과 계율 지키시는 것이

하늘 사람에게도 모범이 되므로

아버지가 저를 보내 스님을 옆에서

보호해 드리라 하셨기에

이리 하였습니다

 

그럼 나를 보호하자면

넘어 지기 전에

넘어 지지 않게 할일이지

왜 넘어진 후에 한참이 지나

나를 부축하였소

하고 힐난하듯 물으니

 

스님께서 다른 계율은 다 잘 자키시는데

오직 입측 오주만은 하지 않으셔서

온갖 냄새가 몸에 배어 가지고

가까이 하지 못하고 멀리 피했다가

냄새가 다 날라갈 즈음에야 와서

비로소 도울수 있었으니 용서하십시요

 

남산 율사는

그대가 용서를 빌게 아니라

내가 입칙 오주를 평소에 가벼이 여겨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겠소

하더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원하고 잘 내놓는 방법으로

몸에 음식물 찌꺼기를 내놓음과 동시에

마음에 지닌 탐진치 삼독심도 같이 비우면

이것이 최상의 행복이라 하시니

한번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가지

채식만 하는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해우소에 가면

육식과 음주등으로 인한 냄새가

지독하게 코를 찌르는 것을 느낄수 있는데

늘 그것에 절어 사는 이들은

그것을 모를 뿐입니다

 

기왕이면 마음에도 몸에도

향내나는 사람 향기로운 불자

되심이 좋지 않겠습니까

 

ㅎㅎ

입칙 오주 잘 만들어

나만의 눈 높이에 붙여 두시고

해우소에서 마음 닦는 공부 이어 가세요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

 

출처 : 원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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